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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책 이야기
여우
작성일 2016-03-19 오전 11:30:10 조회수 2753

 

할머니가 남겨준 선물, 로지에게 동생이 생겼어요로 유명한 작가 마거릿 와일드의 여우라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줄거리를정리해서 제 느낌을 옮겨 놓기보다는 책 전체를 함께 느껴보고 싶어 전문을 싣습니다.

사서라는 자리가 이렇게 실컷 책 보고, 마음을 울리는 책 소개하는 일만 하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여우/ 마거릿 와일드/글  론 브룩스 그림

 

큰불로 새까맣게 타 버린 숲을 개 한마리가 달리고 있었어

개는 새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있었지

거센 불길에 날개를 다친 까치였어

개는 자신이 사는 동굴로 까치를 데려갔어

그리고 까치를 간호 해 주려고 했지

하지만 까치는 개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어

"난 다시는 날지 못할 거야"

까치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자 개는 대답했어

"알아"

그리고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어

"난 한 쪽 눈이 보이지 않아. 그래도 산다는건 멋진 일이야"

하지만 개의 어떤 말도 까치를 위로할 수 없었어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건 문제가 되지 않아."

만약 네가 달리 수 없다면 어떨 것 같아?"

 

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어

까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바위 그늘속에 몸을 숨겼어

자신의 모습이 어둠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도록!

그렇게 며칠이 지났어.

까치는 점점 커지는 슬픔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

어디론가 떠나야 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조심스럽게 바위 그늘속을 나왔어.

동굴 밖을 지키고 있던 개가 다가와 말했어

"우리 강가로 나가자 내 등에 올라타 그리고 네가 본걸 내개 말해 줘"

까치는 체념한 듯한 한숨을 내 쉬고는 개의 등에 올라탔어

강물 위에는 하늘과 구름과 나무들이 비치고 있었어

그리고 다른것도 보였어

까치가 말했어

"처음 보는 이상한 것이 있어"

"그게 바로 우리 모습이야. 자 꽉 잡아!"

 

개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어.

가느다란 유칼립투스를 지나고 노란 회양목도 지났지.

개는 푸른빛 속으로 힘차게 달렸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바람이 까치의 깃털속으로 스며 들었어.

그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까치는 기분이 좋아졌어. 까치는 소리쳤어.

"날아라, 날아! 내가 너의눈이 되어 줄께 .너는 나의 날개갸 되어 줘"

 

개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매일 이곳저곳을 달렸어.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갔지.

비가 그치자 새싹이 돋기 시작했어

어느 날 여우 한마리가 불쑥 나타났어.

여우의 눈빛은 왠지 불안해 보였어.

진한 붉은색의 털이 여우의 모습을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보이게 했지

까치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어.

개는여우를 반겨 주었어

"어서와 우리 함께 지내자."

여우가 개의 옆으로 바싹 다가가 말했어

"고마워 너희가 달리는 걸 보았어. 정말 특별해 보이더라.."

개는 환한 미소로 답했어

하지만 까치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뒷걸음쳤어.

여우가 자신의 다친 날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거든

 

부드러운 공기 속에 꽃향기가 가득해지는 저녁이 되면,

개와 까치는 동굴 입구에 앉아 쉬곤 했어.

둘은 이렇게 함께 지내는 게 좋았어.

하지만 이제는 여우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어.

그럴때마다 까치는 여우의 시선을 느꼈어.

어느 새 동굴은 여우의 냄새로 가득 차 버렸어

분노와 질투와 외로움의 냄새였지.


까치는 개에게 말했어.

"여우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애야.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 조심해."

개는 말했어

"여우는 좋은 아이야 그렇게 말하지 마."

그날 밤 개가 잠들자 여우가 까치에게 속삭였어.

"나는 개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나랑 함께 가자."

까치는 단호하게 말했어.

"나는 절대로 개를 떠나지 않을거야.

나는 개의눈이고 개는 나의 날개야."

 

여우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다음 날개가 없는 틈을 타 여우가 다시 까치에게 속삭였어.

"하늘을 나는 게 어떤건지 기억 해? 진짜로 나는거 말이야.!"

이번에도 까치는 흔들리지 않았어.

"나는 절대로 개를 떠나지 않을거야. 나는개의 눈이고 개는 나의 날개야."

그날도 개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덤불 사이를 달렸어.

까치는 달리고 있는 개의 등에 앉아 생각했어. '이건 하늘을 나는게 아니야 하늘을 나는 건 절대로 이렇지 않아.'

새벽에 여우가 또 다시 함께 가자고 속삭였어. 까치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지.

"좋아"

 

까치는 잠들어 있는 개를 혼자 남겨두고 여우를 따라나섰어.

여우는 쿨리바 나무를 지나 기다란 수풀 사이를 내달렸어.

울투불퉁한 바위들도 가뿐히 뛰어 넘으며 전속력으로 달렸지. 여우가 어찌나 빨리 달리던지 발이 땅에 닿지 않는것 같았어.

까치는 가슴이 벅차 올라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내가 날고 있어 진짜로 날고 있다고."

 

숲을 빠져 나온 여우는

먼지 날리는 평야와 소금밭을 질주했어.

이글거리는 붉은 사막까지 달려갔지.

드디어 여우가 멈춰섰어

 

여우는 숨을 헐떡거리지도 않았어. 까치와 여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둘 사이에는 오직 침묵만이 흘렀지.

그때 여우가 몸을 흔들어  까치를 등에서 떨어뜨렸어.

마치 벼룩이라도 털어 내듯.

그리고 몸을 휙 돌려 걷기 시작했어.

 

한참을 걷던 여우가 까치를 돌아보며 말했어.

"이제 너와 개는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될거야."

여우는 까치를 혼자 남겨 두고 가 버렸어.

사방은 쥐 죽은듯 고요했어. 한순간 아주 먼곳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승리의 소리인지 절망의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

 

까치는 이글거리는 붉은 사막 한가운데 홀로 남겨졌어.

어찌할 바를 몰라 가슴팍에 고개를 파 묻고 몸을 웅크렸지

온 몸이 불에 타서 재가 되어 버린것만 같았어.

 

그 순간 까치는 혼자 남겨 두고 온 개가 생각났어

'지금쯤 잠에서 깨어나 내가 사라진 걸 알아차렸겠지?'

조심조심, 비틀비틀, 폴짝폴짝.

까치는 친구가 있는 곳을 향해 멀고 먼 여행을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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