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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책 이야기
할아버지의 안경
작성일 2016-03-19 오전 11:22:00 조회수 2136

 

 할아버지의 안경/ 윤문영 그림 / 김성은 글

 

학교 선생님이셨던 할아버지는 정년 퇴직을 하시고 우리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마당도 쓸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꼼꼼히 하시고

마당 구석구석에 작은 꽃들을 심으십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는 엄마의 마음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저를 돌봐 주십니다.

학교 가는 아침에는 골목길까지 바래다 주시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창밖을 내다보고 계시다 얼른 문을 열어주십니다.

다 큰애라고 타박하시지 않고

업어도 주시고

자젼거도 태워 주십니다.

저녁이면 할아버지는 그림책을 읽어주십니다.

할아버지가 그림책을 읽어 주실때면 희끗희끗 벗겨지고 한 쪽 다리에 테이프가 붙여진

동그랗고 커다란 안경을 쓰십니다.

그 안경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쓰시던 안경입니다.

 

할아버지는 그 안경을 소중히 여기셨고

아무것도 읽지 않으면서 안경을 쓰고 한참 앉아 계실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아마도 할아버지는 아버지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소중한 안경을 연을 꺼내려다 떨어트려서 깨뜨려 버렸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는

할아버지에게 미안하단 말을 못하고

그 대신

"할아버지... 나도 이 다음에 할아버지 되면 그 얀경 쓰고 싶어요."

라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나를 꼭 안아 주셨습니다.

할아버지 손은 따뜻했습니다.

 

"까치와 소담이의 수수께끼놀이"로 유명한 김성은 작가님의 책입니다

2000년이 초판이니 어느덧 16살이 되어버린책..

이렇게 오래 된 책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독자들이 오래 된 책을 아껴주는건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독자들 옆에 있어주는 우직한 그림책이 고맙습니다.

 

저는 태어 났을때 부터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았습니다.

친가 외가 모두다 할아버지가 모두 일찍 돌아가셨고

날 무척이나 이뻐 해주셨던 시아버지도 만난지 1년만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아빠 이외에

그저 이쁘다고 바라봐주시는 남자 어른의 부재는 나에게 늘 그리움을 낳게 합니다.

꿰꿰한 냄새도 그립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따듯함이 반가운지도 ....

 

이제는 무작정 따뜻한 어른을 기다리는 나이가 아니라

따뜻한 어른이 되어야 하는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될까?...

 

따뜻하고

상냥하고

잘 웃고

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도 들려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맛난것도 만들어 주고

들풀도 함께보고

바람냄새도 같이 맡는

 

그냥 언제든 옆에 있어 줄것 같은 듬직하고 따듯한 할머니가 되고 싶네요

이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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